[후기]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2기 합격 및 활동 후기


개요

이번 여름 방학은 2023년 6월 28일부터 8월 29일까지 진행된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2기 채용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모집 과정과 활동 내용에 대한 후기를 적습니다.


모집 과정

모집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약 2주간 진행되었으며, 모집 분야는 다음과 같이 3가지 분야였습니다.

  • 모바일 앱 개발
  • 프론트엔드 개발
  • 백엔드 개발

특이한 것은 모바일 앱 개발 파트를 Android/iOS 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한 것이었고, Flutter 개발자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확실히 카카오브레인이 Android 네이티브 대신 Flutter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카카오브레인이 AI를 메인 도메인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AI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AI에 대한 간단한 용어 몇몇개만 알고있을 뿐, 기술에 대한 내용에서는 지식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모집 공고에서는 딱히 AI 기술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 없이 일반적인 SW 개발 기술만 요구했고, AI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면 이를 우대하는 정도에만 그쳤습니다.

모집 절차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슷하게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 서류 절차
  • 코딩테스트
  • 기술 및 인성면접

서류는 이력서와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접수할 수 있었고, 특이한 점이라면 이력서를 PDF로 제출해야 하는데 노션 페이지를 변환한 이력서는 받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는 점이었습니다.

코딩테스트의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특이하게도 직무 별로 코딩테스트 진행 과정이 상이했습니다. 모바일과 프론트엔드 분야의 경우에는 알고리즘 3문제 + 과제 전형을 거쳤고, 백엔드 분야의 경우 별도의 과제 없이 알고리즘 7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바일과 프론트엔드의 경우 일정한 시간 내에 알고리즘과 과제 전형 2가지 유형의 테스트를 치루기 때문에, 본인이 자신있는 알고리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과제 전형에 시간을 투자하는 등 전략적인 응시가 가능했습니다. 코딩테스트 유형이나 난이도는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카카오 블라인드 코테 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면접의 경우에는 한 번의 면접으로 기술 면접과 인성 면접을 모두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면접 준비 과정이 상당히 부담되었는데, 예상 가능한 CS와 Android 기술 질문 대비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의 AI 지식진행했던 과제에 대한 질문 대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평소에 익숙한 CS나 Android 기술에 대한 질문은 별도의 큰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AI를 깊게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코딩테스트에서 진행한 과제 전형을 리뷰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면접 내용 또한 구체적으로는 공개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과제보단 CS 및 기술 위주로 면접이 진행되었고 인성 면접 또한 다양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6월 초에 합격 소식을 받게 되었고, 6월 말부터 본격적인 패스파인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바이벌식 온보딩

합격 메일을 받은 후 출근 하기까지 남은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입사 준비를 했습니다. 입사 준비는 사원증에 사용될 사진과 LDAP이라고 불리는 사내에서 사용할 영어 이름을 정하고, 회사에서 생성한 노션 페이지에 합격자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작성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32명의 패스파인더 인원들이 입사하기 전에 미리 서로 알아가며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첫 출근 날이 되었고, 온보딩 과정에서는 대망의 노란 사원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비록 기간제 사원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사원증을 받았을 때의 행복감과 뿌듯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온보딩은 카카오브레인의 오피스가 아닌 대관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처음으로 패스파인더들을 만나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하나의 컨텐츠로 제작하는 영상촬영팀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온보딩 내내 여러 큰 카메라들이 저희를 찍었는데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습니다. “이런 게 연예인의 삶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고 많은 카메라들이 있었고, 불편해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는 좀 설레고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설렘도 잠시…

“3일 동안 자유롭게 컨택하여 4인 1팀을 꾸려주시기 바랍니다”

관계자 분이 이 말을 하시는 순간부터 32명의 눈치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이 이후로 순수한 관심에 의한 소통을 하기보단 서로를 분석하는 데에 집중하게 되었고, 팀원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마음너무 늦으면 팀원을 놓칠 수 있다는 마음이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패스파인더 중 전부터 이미 알고있거나 건너건너 아는 지인 분들이 몇몇 계셨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은 적었지만, 팀빌딩 종료 날짜가 다가올 수록 조급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2일차에 다른 안드로이드 분께서 저에게 팀원을 먼저 제안해주셨고, 저도 그 분과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수락했습니다. 그 뒤에 그 분께서 백엔드 2명도 추가로 모집해주셔서 다행히 늦지 않게 4인1팀을 결성할 수 있었습니다.


싱글벙글 카카오 생활

마침내 정식 출근일이 되어 오피스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신규 입사자(패스파인더)들의 LDAP이 입구 스크린에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카카오브레인의 일원이 되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피스는 크지 않지만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카카오브레인이 얼마나 일하기 좋은 회사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패스파인더를 위한 굿즈들이 오피스에 배치되어 있어서 감동이었고, 특이하게도 오피스에 카카오브레인 디자인 템플릿으로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기계도 있었습니다. 출근 첫 날에는 패스파인더들끼리 위 굿즈를 들고 기계 앞에서 인생네컷 사진을 여러 장 찍곤 했습니다.


또 출근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제가 생각하는 카카오 최고의 복지는 바로 구내식당 춘식도락이었습니다. 점심 시간마다 매일같이 다른 컨셉의 4개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하나하나 정말 맛있어 보여 항상 메뉴를 고르는 것이 힘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샐러드와 덮밥류의 테이크아웃 메뉴도 별도로 있기 때문에 식당에서 먹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끼니를 해결하기 편리해보였습니다. 양이 부족하다면 메인 반찬을 포함한 모든 반찬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저희 팀은 영양사 분께 “양 많이요”를 외쳤습니다. 또한 운 좋게도 패스파인더 기간에 춘식도락 주년 기념일이 겹쳐 특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왕갈비탕이나 돈마호크 커틀렛 등 일반적인 구내식당 수준을 초월하는 메뉴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대표적인 카카오 복지로는 카카오 프렌즈샵 20% 직원 할인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카카오 아지트점에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오피스와 매우 가까워 가끔씩 춘식도락에서 점심을 먹은 뒤 팀원들과 함께 종종 구경을 갔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굿즈가 보이면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직원 할인 받은 카카오 굿즈를 선물하곤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오피스에서 가끔씩 피자 파티를 하기도 하고(근데 춘식도락이 더 맛있다), 업무 중간 중간 안마의자를 이용하고, 풍성한 간식바와 커피 머신을 통해 살을 찌우는 등등… 일하는 환경과 복지적인 면에서는 정말 크게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LLM과 사투를 벌이는 Pathfinder

이렇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패스파인더 프로젝트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이 패스파인더 2기에게 원하는 것을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각 팀 별로 생성형 AI를 이용한 기가 막힌 서비스 아이디어를 생각해 와!

즉, 패스파인더 과정은 개발적인 부분보다는 기획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기획의 경우에는 AI를 이용하는 것은 맞지만 1기와는 다르게 반드시 생성형 AI를 이용한 서비스여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을 모아두고 기획을 시키는 것도 어려웠지만, LLM이라는 작으면서도 장황한 틀 안에서만 생각했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에서 요구하는 기획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생성형 AI와 LLM을 이용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 중이었고, 패스파인더를 통해 이를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에 기획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과 타 서비스와의 경쟁력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기획에 대해서 잠재적인 고객을 직접 찾아 수요와 가설을 검증하고, 실제로 이런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에게 효용감을 줄 수 있는지 일일이 발로 뛰며 알아봐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방구석에서 코딩만 하는 개발자들에게는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팀들이 골머리를 앓았고, 실제 프로젝트 기간 동안 기획이 통째로 뒤집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저희 팀도 그 중 하나였죠.)


하지만 이런 살벌한 기획을 요구함과 동시에 카카오브레인은 저희에게 애자일 프로세스라는 도구를 손에 쥐어줬습니다. 학교 팀플이나 외부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가벼운 애자일이 아닌 실제 현업 스타일의 치열하고 몰입감 있는 애자일이었습니다. 각 팀마다 애자일 코치님들이 붙어 애자일 프로세스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 과정 속에는 코치님들의 수많은 노하우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데일리 스크럼을 통해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매일매일 공유하고, 위클리 플래닝을 통해 칸반 보드와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매주 구체적인 MVP와 Sprint Goal을 선정했습니다. 한 주의 마무리로는 팀별 회고를 통해 스스로의 작업을 돌아보고 팀원들과 공유하며 팀워크적으로 발전해나갔습니다.

이러한 카카오브레인의 애자일 프로세스는 제가 패스파인더 활동에서 배워가는 것 중 가장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실제 현업에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하고 고객들에게 검증하고 실제 제품으로 개발해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감을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획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AI 기술이었습니다. 이번 패스파인더의 메인 주제는 LLM이었고, LLM을 이용한 사업적인 서비스를 생각해내기 위해서는 먼저 LLM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ChatGPT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한계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배경지식을 필수로 갖추고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집 과정에서는 AI 역량을 테스트하지 않고 오로지 SW 개발적인 역량만 고려하여 채용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반에는 모든 팀들이 생성형 AI와 LLM을 공부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LLM 정복에 대한 노력은 인턴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패스파인더가 만드는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모두 LLM이 담당하고 있었기에 서비스의 품질은 LLM 성능에 크게 좌우되었습니다. 하지만 fine-tuning과 같은 기법은 패스파인더에서 수행하기에는 팀원들의 역량이나 비용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LLM의 성능을 크게 높이는 방법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유일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또는 프롬프트 튜닝이라고 불리는 작업은 ChatGPT와 같은 LLM으로부터 더 나은 답변을 제공받기 위해 AI에게 잘 말하는 법을 뜻합니다. 굳이 공을 들이지 않고 질문해도 훌륭한 답변을 내어주는 ChatGPT지만, 질문의 문맥에 따라 답변은 조금씩 바뀌었고 이런 사소한 차이가 전체적인 성능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팀들이 프롬프트 튜닝에 열중했고, 저희 팀도 프로젝트 초반에는 프롬프트 관련 AI 강의를 찾아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롬프트 튜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마치 NP 문제처럼 어찌저찌 괜찮은 프롬프트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이것이 최선의 프롬프트인지는 알 길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라도 성능을 올리기 위해 프롬프트 튜닝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팀들의 git repository 커밋 내역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코드 수정이 아닌 프롬프트 교체를 위한 일반 텍스트 수정 내역이 훨씬 많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희 팀을 포함한 모든 팀들이 프론트엔드 백엔드 구분 없이 개발을 뒤로한 채 기획과 프롬프트 튜닝에 영혼을 갈아 넣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노동에 대한 피로가 많이 몰려왔고 빨리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희 팀은 지옥같은 기획 과정을 무사히 넘기고 웹소설 AI 프로토타이핑 툴 서비스 개발을 최종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데스크탑 앱 개발 팀

저희 팀이 최종적으로 기획한 서비스는 웹소설 AI 프로토타이핑 서비스로, 간단한 소재 및 키워드를 입력하면 웹소설의 플롯과 등장인물들을 구체화 해주고 프롤로그까지 작성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는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작성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여러 삽질 끝에 LLM의 특성상 일관된 맥락으로 긴 글을 전부 생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여 웹소설 작가의 단편적인 소재들을 구체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피버팅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클라이언트 팀으로 이루어진 저희 팀에게 찾아온 문제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웹소설 작가들은 대부분 모바일이 아닌 데스크탑 환경에서 소설을 작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이 단순한 AI 서비스 완성에만 목표를 두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장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유저 환경을 배재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최근 Kotlin 진영에서 활발히 발전하고 있는 Kotlin Multiplatform 기술을 사용해 데스크탑 앱을 개발하는 것을 팀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참가했던 대회에서 Kotlin과 Compose Multiplatform 기술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데스크탑 앱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본 프로젝트도 충분히 이 기술들로 안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안드로이드 팀원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기술을 사용하는 대단히 도전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UI적인 부분은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Jetpack Compose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었고, 아키텍쳐나 비즈니스 로직 같은 경우에도 모바일 개발 환경과 큰 차이가 없어 쉽고 재미있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개발하던 300 커밋이 넘는 기존 모바일 앱 레포지토리를 버리고 새로 프로젝트를 팔 때에는 큰 현타가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초반의 걱정과는 달리 기획적으로나 개발적으로나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용자가 간단한 문장이나 단어만 던져주면 알아서 플롯을 만들어 주었고, LLM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를 구체화하도록 사용자를 유도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만든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무척이나 재밌게 사용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에 그럴싸한 소설 앞부분을 써주니 자연스레 뒷부분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을 더 추가하여 프롤로그를 생성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타 팀에 비해 덜 치열하게(?) 움직이는 팀이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무리하면서 몰입하기 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팀이었습니다.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끝 물에 Final Showcase라는 명칭으로 모든 팀들의 2달 간 결과물을 최종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팀의 발표자를 맡게 되었을 때도 청중들에게 데모를 보여주며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 팀이 개발한 서비스는 모든 팀을 통들어 가장 재미있는 서비스였고, 또 저희 팀이 추구하는 바와 딱 맞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하지만 패스파인더는 아쉬운 점이 비교적 명확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우선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의 역량 향상보다는 카카오브레인의 사업 아이템 발굴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돈을 들여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카카오브레인에게도 득이 있어야겠지만, 이러한 카카오브레인의 목적이 참가자들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모집 과정입니다. 사실 이번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인재들은 훌륭한 SW 개발자가 아니라 AI 엔지니어와 기획자였습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기획이나 프롬프트 튜닝에 투자했고, 시간을 겨우 쪼개어 코드 품질을 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채용된 인원들의 역량과 패스파인더 프로그램 목표 간의 딜레마가 있었기 때문에 참가자들도 힘들고 프로그램 진행도 더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채용연계형 인턴십임을 고려하면 사업 아이템 발굴과 SW 인재 채용을 한 번에 하려고 한 것이 너무 욕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달 간의 여정 끝에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이 종료되었고, 저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보낸 여름 방학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지나갔지만 여러 행복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고, 패스파인더 활동 또한 힘들다거나 바쁘다는 생각보단 재미와 여유로 가득한 활동이었습니다. 제가 패스파인더에서 얻은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업에서의 애자일 프로세스 방식
  • LLM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
  • 유능한 팀원들 및 패스파인더 동기들
  • 곧 유튜브에 공개될 추억거리 영상
  • 춘식도락과 간식바로 찌운 살


저와 같이 의미있는 두 달을 보내게 해준 카카오브레인과 패스파인더 인원들, 애자일 코치분들,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제작해 줄 영상 촬영팀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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